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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겜알못이지만 쿠파가 되고 싶어취미 생활/영화 2023. 5. 3. 23:16
내돈내산 후기 인증하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은 볼 영화가 없어도 영화관에 가야 한다.
OTT가 잘 되어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극장에 가는 게 훨씬 기분 좋은 경험이니까.
집중력 부족이라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눈 앞의 이야기만 볼 수 있도록 강제하는 공간이 좋다.
그래서 사실은 고민을 많이 했다.
4월 26일에 맞춰 개봉한 영화가 <드림>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있는데, 둘 다 확 끌리지는 않았다.
'드림은 뭔가 안 봐도 내용을 알 거 같고, 슈퍼 마리오는 내가 게임을 잘 모르는데. 어쩌지?'
결국 처음에는 드림을 예매했다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평이 워낙 좋아서 막판에 바꿨다.
(러닝 타임이 길지 않아 부담이 덜했다는 점도 한 몫했다.)
큰 기대 없이 상영관에 들어섰다. 솔직히 9천원에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그리고 시작된 영화! 보자마자 '아, 이거 4DX로 보면 훨씬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돈이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마리오에 대해 아는 건 어릴 적 닌텐도 게임을 조금 해본 것이 전부다.
그의 골수 팬은 아니지만 캐릭터들의 생김새와 맵에 대해 배경지식은 있는 정도.
그럼에도 익숙한 모습들이 나오니 괜히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너 이 녀석 바보별 아니었냐구.
특히 슈퍼스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아이템인지 몰랐는데!
나는 이 녀석이 그냥 귀엽게 생긴 바보 별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멍청하고 깜찍한 친구가 세계관 최강이라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미디어 속 형제들의 모습에 크게 매력을 느끼는 편은 아니다.
예를 들면 마블의 토르 오딘슨&로키 오딘슨 형제라던가. 좋아하질 않으니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런데 마리오와 루이지의 관계는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형인 마리오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전형적인 영웅이고, 동생 루이지는 그런 형을 잘 따른다.
답답한 구석 없이 착하고 보기 좋은 캐릭터들이라 관객 입장에서 편안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한 두 사람 간의 억지 갈등을 집어넣지 않아서 좋았다고 해야 하나.
비현실적으로 다정한 형제 사이면 어떤가. 즐기려고 보는 동화 같은 영화인 걸.
그리고 나는 한 마리의 쿠파가 되었다. 피치 공주에게 반했다는 뜻이다.
내가 기억하는 닌텐도 게임 속 피치는 성에 갇혀 마리오의 도움을 기다리는 존재였는데.완전 멋있는 군주! 대박 간지나는 오토바이! 게임 실력에 성격도 완벽해! 심지어 아름다워!
내가 여자아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장래희망을 피치 공주로 삼았을 거다.
(버섯 편식하고 운동 싫어하는) 딸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 1위.
마리오와의 관계도 좋았던 것이, 로맨스보다는 우정의 형태라서.
버섯 나라에서 살던 공주가 인간 마리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사랑은 아니라서.
둘 다 절대선에 전형적이고 건강한 영웅상이라 그냥 나란히 놓고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요즘 히어로물이 현실 반영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고 고전적인 캐릭터들에 참 정이 간다.
아름다운 나의 피치 공주가 센터.
별점: 문화의 날 버프로 4/5
이 영화 추천해요: 머리 비우고 싶은 피곤한 현대인, 마리오 게임 팬, 귀여운 게 좋은 사람
이 영화 비추해요: 자극적인 게 좋아, 전형적인 거 싫어
한 마디: 아이파크몰 가면 슈퍼스타 굿즈가 있으려나?